2021년 회고, 2022년의 다짐
essay

2021년 회고, 2022년의 다짐

 벌써 2021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몇 시간 안 남았지만... 밤새워서 적을 수 있겠지. 작년은 코로나가 이제 막 시작되던 시기라 정신 못 차리고 보냈었다. 꿀 빨면서 학교 다니며... 알바 열심히 했다.

 올해는 '도전의 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처음 겪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다. J 중에서도 극성 J라는 ESTJ인 나는...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마주치게 되면 좀 어리바리해진다. 올해를 보내고 나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 복수전공

 올해의 첫 도전, 복수전공. 복수전공을 신청하기엔 성적이 좀 딸리던 나는 비대면 수업을 발판 삼아 성적을 열심히 올렸다. 간신히 커트라인 맞춰서 복수전공 신청을 해냈다. 단순히 유일한 교내 iOS 전공 수업 듣고 싶어서 신청한 거였는데... 그 교수님 안식년이셨다. 1학기에만 열리는 수업인데 일 년 놓쳐 버렸다. 디미과 갔으니까 디자인 수업이나 열심히 들었다. 3D나 게임 쪽은 왜 이렇게 듣기 싫은 거지.... 본전공 2학점 듣고 나머지는 다 복수전공 학점으로 채웠다. 나름 나쁘지 않았고, 3학년 디자인 과목을 1학년이랑 지식 수준 비슷한 내가 들으려니까 아주 스파르타로 공부당한 기분이었다. 학점 괜찮게 나오긴 했다.... 모바일 UI/UX 디자인 과목이라서 클라 개발 공부 중인 나한테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유익했다. 내년엔 우리 전공 좀 열심히 들어야지.

 

# 동아리

 대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갔다. 일이 학년 때에는 이상하게 동아리는 쳐다도 안 봤다. 작년에 🧚‍♀️아자차 스터디로 iOS 공부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주변에 iOS 하는 사람이 정~~~~ 말 없다는 걸 알았다. 그때 이후로 iOS 파트가 존재하는 동아리를 많이 찾아보고, 방학 시작하자마자 디앤디에 지원했다. 사실 원래 떨어졌었는데, 어쩌다 iOS 한 자리가 비어서 추가 합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떨어져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 와서 완전 놀랐음. 본격적으로 사람들이랑 뭔가를 만들어 본다! 라고 하는 경험이 정말 처음이어서 많이 두렵기도 했고, 항상 나 자신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았다. 우리 조 사람들은 거의 다... 직장인이었다. 넘 쫄렸다. 얼마 공부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해 본 게 UIKit 기반이었는데, 덜컥 SwiftUI로 개발하자는 말에 오케이를 해 버렸다. 뭔가... 탐색하고 싶었나. 그때 공부할 땐 정말 너무 뭐가 뭔지 몰랐고... 어려웠다. 그때 멘토님이 나 붙잡고 거의 일대일 속성 과외를 해 주셨는데 아직도 너무 감사하다. 그래도 디앤디 때 주워듣고 배운 것들이 좀 있었는지, 다른 협업 들어가서는 뭔가 이끌고 진행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4기 한 기수 보내고 나니까, 좀 더 공부하고 다시 디앤디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공부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디앤디 7기 딱 기다려요....

 사실 솝트는 28기 때 떨어졌었다. 그 사이에 공부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지금 29기 하고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내 휴대폰에선 조회가 잘 안 돼서, 혜빈이가 대신 최종 결과 발표를 봐 줬는데 합격이었다. 그때 신촌 길거리에서 뭐 먹고 있었던 것 같은데, 찐행복. 곧 있을 앱잼도 너무 기대된다. 이미 솝텀 계획까지 세워 버렸다.... 내년의 나 파이팅.

 

# 창업팀, 직장, 계획에 없던 휴학

 고등학교 때부터 내 인생에 휴학은 없다,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 그러다 올해 초에 개발자로서 합류했던 창업 팀이 법인 설립까지 하게 되었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개발뿐 아니라 사업 기획, 디자인에도 관여하고 있었던 나는 대표의 설득으로 예정에 없던 휴학까지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두 달 사이에 결정된 일이라 당시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휴학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도 빨리 졸업하고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였다. 근데... 미리 취업을 할 수 있다면? 졸업하기 전에 경력 쌓아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바로 휴학 신청서 내고 백 교수님이랑 칼 면담 후 휴학을 확정받았다.

 Co-founder라는 타이틀은 그때 결정되었지만, 사실 이걸 받아들이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분명히 개발자로 합류했는데, 정신 차리니까 이것저것 회사의 존망이 달린 일들이 내 손에 맡겨지고 있었다. 인사 업무도 보고, 디자인도 하고, 기획도 하고, 개발팀 관리, 외주 관리까지 맡았다. 진짜 회사에서는 올라운더로 살았는데... 집에만 오면 현타가 너무 왔다. 이게 스스스스스타트업의 현실인가. 애초에 내 아이디어의 사업이 아니어서 그랬나. 나는 창업이나 경영보단 '개발'에 관심이 더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잔뜩 떠안게 되어서 정식 출근 후 세네 달은 정말로 너무 힘들었다. 스트레스도 진짜 많이 받았고. 웬만하면 스트레스 안 받는 성격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땐 좀 나약했던 것 같기도. 그때 내 한탄 다 들어 주었던 가족들이랑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워. 말해야 속이 풀리는 성격은 좀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말이 되어서야 조금 더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솔직히 사수 없이 혼자 개발하는 게 막막했지만, 우리는 완전 최초 MVP 앱을 개발하는 중이었으니까. 내 코딩 스타일이 곧 컨벤션이고 위키였다.... 이런 점이 너무 아쉬워서 솝트에 들어갔던 것도 있다. 역시 다른 사람들 개발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워야 해. 대신 거의 혼자 개발하다 보니 어떤 문제가 생기든 무조건 다 내가 해결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정말 많이 배웠다. 나 아니면 해결할 사람이 없는 극한의 상황.... 어쩔 수 없이 눈에 불을 켜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2월 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나는 조금 더 개발에 집중하고 싶어서 재계약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이것도 몇 달 내내 생각하고 생각해서 낸 결론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고 오래 고민한 일이 별로 없었고, 그런 성격도 아니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꿈꾼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고, 이 생각은 중고등학교 때에도 변한 적이 없었다. 고삼 때 희망 전공을 정할 때에도 일말의 고민도 없이 컴공을 적어 냈다. 작년에는 좀... 주변에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던 사람을 보면서, 내가 너무 어렸을 때 결정했던 일에 나를 가둔 건 아니었나, 하는 약간의 불안도 있었다. 어떻게 됐든 다른 업무에 많이 치이며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저 그냥 개발하게 해 주세요...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개발이 내 적성인 것 같아. 역시 뭐든 헷갈릴 땐 경험! 경해 봐야 생각도 정리가 된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 피아노

 드디어 피아노를 다시 쳤다. 어릴 때 피아노 너무 열심히 치기도 했고, 좋아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합창 대회만 하면 반주를 꼭 맡아서 했다. 이상하게 우리 반에는 항상 음대 가고 싶은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걍 어릴 때 좀 치던 내가 쳤다. ㅋㅋㅋ 고삼 때부턴 항상 어른이 되면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우리 집에서 피아노를 버려서... 학원 아니면 칠 곳이 없었다. 한 10년 전에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 아직도 집 앞에 있는데, 원장 선생님은 젊은 분으로 바뀌었다. 나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났음. 상담하러 갔다가 그날 바로 결제하고 두 달 동안 열심히 다녔다. 6월 말부터 출근했어서 어쩔 수 없었는데... 피아노를 이제 못 치는 게 너무 아쉬워서 결국 디지털 피아노를 지르고 말았다. 당근 짱. 내 돈으로 하고 싶은 악기 사는 어른이 되었다! 내년에는 우쿨렐레 사서 유튜브로 독학할 거다. 음악은 나의 힘. 🎵 특히 올해엔 재즈에 빠졌다. 뭘 하든 확실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 재즈의 불규칙함은 뭔가... 들을 때 일탈하는 기분. 라라랜드 짱.

 

# 영화

올해의 정빈플릭스 영화 상. 킬 빌 드립니ㄷㅏ.... 짱짱.

 

# 2022

 작성하다 보니까 벌써 날짜가 넘어갔다. 나가서 GF 연례 행사 카운트다운 세고 왔다. ㅎㅎ 작년의 나 수고 많았다. 회고 작성하면서 1월부터의 캘린더를 쭉 봤는데... 진짜 뭐가 엄청 많다. 1월이랑 5월엔 어떻게 살았지 싶다. ;; 

 스물셋에도 다 이루길 부탁해. 내년 상반기에는 면허도 따고, 알바도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회사 다니는 지금보다 더 바쁠 것 같긴 하지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록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 처음으로 회고를 작성해 본다. 내년 이맘때쯤 보면 기분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연초에 일 년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봤더니 한 40% 정도 달성했다. 작성해 놓고 거의 잊고 살았는데. ㅋㅋㅋㅋ 뭔가 생각을 하고 한번 정리를 한다는 게 나에게 각인이라도 되는 건가 싶었다. 올해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작성하는 중이다. 얘도 올해 끝날 때 보면 감회가 새롭겠지. 2022년 12월에 이 글을 보고 있는 나에게.... 맥북은 새로 샀니?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야. 수고했단다. 😎